밀도가 무한대인 천체, 블랙홀
- 2822 최민서
- 2022년 9월 14일
- 2분 분량
우주에는 무질서하게 돌아다니고 있는 수많은 천체들이 있다. 가장 친숙한 암석 덩어리인 행성부터 소행성, 항성, 백색외성, 중성자별 등 그 종류를 모두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단연 가장 강력하며, 한 번 들어가면 다시는 빠져나올 수 없는 아주 특이한 천체가 하나 있다. 바로 “블랙홀(Black Hole)”이다.
흔히 하는 오해 중 하나는 “블랙홀은 블랙홀이 아닌 그 어떤 천체보다 더 무겁다”라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블랙홀의 특징은 질량과는 큰 관련이 없다. 블랙홀은 밀도가 무한대인 천체이다. 밀도는 질량을 부피로 나눈 값이다. 즉, 적은 질량이라도 부피가 0에 가까워진다면 밀도는 무한대가 된다. 다만 자연계에서 블랙홀이 형성되는 과정에서는 막대한 질량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오해가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계에서 블랙홀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것일까?
우리 눈에는 태양의 크기가 항상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태양의 속마음이 있다. 사실 태양은 막대한 질량의 중력이 태양을 압축시키려는 힘과, 핵융합 에너지로 인해 팽창하려는 힘이 간신히 평형을 이루어 그 크기를 유지하고 있다. 모든 항성은 이 단계(주계열성)에서 일생 대부분을 보낸다. 그런데 만약 항성이 내부에서 핵융합에 쓸 수 있는 모든 재료를 다 써버리면 어떻게 될까? 핵융합으로 인한 팽창 힘은 점점 약해져서 결국 중력에 의해 항성이 압축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우주에는 이 압축에 저항할 수 있는 최종 관문 2단계가 남아있다.
1단계 : 전자 축퇴압(파울리 배타원리)
물질들 사이의 반발력이라는 것은 결국 물질을 이루는 원자의 전자들 사이의 반발력으로 인해 생기는 것이다. 항성이 심하게 압축된다면 이 전자들 사이의 반발력은 매우 커지게 된다. 그런데 파울리 배타원리에 따르면 전자는 특정 부피 안에 3개 이상 존재할 수 없다.(양자상태) 이 법칙에 따라 전자들은 전자기적 힘뿐만 아니라 양자역학적 효과까지 동원하여 압축에 저항하게 된다.
2단계 : 중성자 축퇴압
항성이 질량이 더 크다면(찬드라세카르 한계) 전자 축퇴압 마저도 더 이상 저항할 수 없게 되고, 항성은 압축을 이어간다. 이 정도의 고온, 고압의 상태에서는 원자핵의 양성자(+)가 전자(-)와 압쳐져 중성자로 변하게 된다.(전자 포획) 이 중성자들은 위에서 언급한 전자들의 반발처럼 끝까지 저항한다. 이 저항에는 강력도 동원된다.
마지막 중성자 축퇴압마저도 버티지 못할 막대한 질량(오펜하이머-볼코프 질량)을 지닌 천체라면, 더 이상 우주의 어떤 힘도 중력 붕괴를 막을 수 없게 된다. 결국 항성의 부피는 0에 수렴하게 되고, 밀도는 무한대인 천체, 블랙홀이 탄생한다.
블랙홀만의 가장 독특한 특징을 뽑자면 그것은 분명 “사건의 지평선”일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시간과 공간은 독립적인 것이 아니며 시공간(spacetime)이라는 하나의 장으로 존재하고, 중력은 시공간을 휘게 한다. 블랙홀은 부피가 0인 점에 막대한 질량이 집중되어있는 것이므로, 블랙홀은 시공간을 휘는 것을 넘어 시공간을 찢어지게 한다. 블랙홀 근처 시공간의 특정 반경 안에서는 빛조차도 탈출하지 못하고 중심을 향해 빨려들어가는데, 이 반경을 사건의 지평선이라고 한다. 이 반경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 어떤 사건도 외부로 알려지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은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블랙홀의 존재를 수학적으로 예측한지 100년만에 인류는 블랙홀의 존재를 실제 촬영을 통해 확인하였다. 아직 블랙홀에 대한 연구에서 갈 길이 먼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블랙홀 연구는 그만 한 노력을 쏟아부울 가치가 있다. 우주의 거시세계를 설명하는 상대성이론이 극단적으로 적용된 사례인 블랙홀을 연구하는 것은, 그 이론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와 성숙도를 높여줄 것이다. 또한 아직 밝혀지지 않은 초대질량블랙홀의 형성과정에 대한 연구 등은 우리 우주의 기원을 설명해줄 수 있는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온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천체, 블랙홀이 우주를 설명해줄 가장 강력한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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